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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약 한 방울에서 시작된 의료 혁신, 한국을 향하다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의 기업들 | ②나노드로퍼]

  • 슬롯사이트입력 2025.04.18 07:00
  • 최종수정 2025.04.22 13:37
  • 기자명김타영 기자

미국 교포 2세 의대생이었던 알리사 송은 ‘너무 큰 안약 방울’ 문제에 주목해 나노드로퍼를 창업했다. 환자 중심 기술로 미국 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알리사 송 슬롯사이트 창업자. [사진=강태훈]
알리사 송 나노드로퍼 창업자. [사진=강태훈]

“그럼, 안약 방울 크기를 줄이면 되겠네!”

2017년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의대생이던 알리사 송(Allisa Song)은 ‘안약 방울을 너무 크게 만드는 제약사들과 이에 따른 소비자 부담(Drug Companies Make Eyedrops Too Big — And You Pay for the Waste)’ 슬롯사이트를 접했다.

슬롯사이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 눈이 흡수할 수 있는 최대 안약량은 10~15μL지만, 제약사들은 한 방울에 30~50μL나 나오는 용기를 사용해 낭비를 방관했다. 환자들은 실제 사용량의 2~3배 양을 쓰지도 않고 버리는 셈이었고, 이는 약가 부담의 원인이 됐다.

알리사 송은 이듬해 뜻을 같이하는 매켄지 앤드루(Mackenzie Andrews·생명공학 엔지니어)와 엘리아스 베이커(Elias Baker·기계 엔지니어) 등과 함께 미네소타에서 나노드로퍼(Nanodropper)를 창업했다. 7년이 지난 현재 나노드로퍼는 1회 투약량을 10~15μL로 제한하는 나노드로퍼 어댑터(기존 안약병 뚜껑과 교체해 사용)를 개발해 미국 3000여 개 병원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한국 진출을 위한 한국 법인도 세웠다.

슬롯사이트코리아가 지난 3월 27일 판교테크노밸리스타트업캠퍼스에서 진행된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이하 KSGC,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글로벌 스타트업 경진 프로그램. 매년 전 세계 1700개 이상 스타트업이 도전한다) 스타트업 815 IR 글로벌 인바운드에 참여한 송 알리사 나노드로퍼 창업자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슬롯사이트는 한 방울 양을 기존 30~50μL에서 10~15μL로 줄인 어댑터를 개발했다. [사진=슬롯사이트] 
나노드로퍼는 한 방울 양을 기존 30~50μL에서 10~15μL로 줄인 어댑터를 개발했다. [사진=나노드로퍼]

Q. 안약 용기에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경험하는 문제나 불편함)를 찾은 건 신선하지만, 한편으론 지나치게 사소한 아이템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비 부담이 큰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미국에서는 상당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같은 매체에서도 아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슬롯사이트 서두의 이야기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얼마나 큰 문제냐면, 2013년부터 안과 의사들과 환자들이 제약사들을 상대로 5개 연방에서 6건의 집단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소송은 2017년 항소법원에서 다 기각됐어요.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요.

Q. 환자들은 어떤 손해를 보고 있나요?

일단 재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했을 테지만, 안약을 넣으면 많은 양이 눈 밖으로 흘러나와요. 눈에 남은 양도 사실은 권장량을 초과하죠. 우리 눈이 흡수할 수 있는 양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미국에서 녹내장 안약 가격은 1회 처방당 최대 600달러(86만 5000원)에 달합니다. 필요한 양만 쓸 수 있다면 200달러에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거예요.

환자는 건강상으로도 피해를 봅니다. 녹내장 환자 등은 지속적인 안약 투입이 필요한데, 미국에서 보험 혜택을 받으며 안약을 재구입하려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해요. 하지만 환자의 최대 83%는 이 기간 전에 약물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약을 사거나 보험 혜택 기간까지 그냥 지내야 하죠. 당연히 건강이 악화합니다.

좀 더 직접적인 피해도 있습니다. 용량이 과해 눈에서 흡수하지 못한 잔여 약물은 (결막 등을 통해 코나 목을 거쳐 위장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혈관으로 유입되는 등의 전신 흡수가 되기도 해) 부작용을 발생(녹내장 치료제나 스테로이드 성분 안약은 전신흡수 시 심박수 저하나 호흡 억제 유발)시키기도 해요.

Q.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군요.

환자뿐만 아닙니다. 전체 의료시스템의 재정 부담을 가중하죠. 조기에 약이 떨어졌는데도 약가 부담으로 보험 혜택 기간까지 참고 버틴다든가 전신흡수 부작용이 생긴다든가 해서 합병증이 늘 수 있고, 이는 더 잦은 병원 방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재정 지출도 따라서 늘 것이고 이는 보험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Q.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개발하신 제품은 꽤 단순해 보여서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알맞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이 아이템을 떠올렸을 때 저도 똑같이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이 아이템이 오랫동안 현실화하지 못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안과 전문의들과 엔지니어들은 1980년대부터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뚜렷한 해결책을 찾진 못했어요. 기술적인 문제(액체 점성과 표면장력을 제어하는 기술 및 특수한 노즐 디자인이 필요)들이 있었거든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이 나노드로퍼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마이크로 용량 안약 병 어댑터입니다. 저희가 보유한 국제 특허만 15건이에요. 현재도 활발하게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죠.

Q. 전문가들이 꽤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였다면 다른 해결책도 있을 법합니다. 경쟁하는 제품은 없나요?

안약을 미세 분사하는 첨단 약물-장치 조합을 사용하는 몇몇 경쟁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사용자 비용을 크게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립니다. 저희가 환자들의 약가 부담을 낮추겠다고 한 것과 대비되죠. 저희는 경쟁사들 대비 더 간단하고 환자 중심적인 대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노드로퍼는 약물 양과 비용을 동시에 줄이도록 설계된 최초이자 유일한 제품이에요.

Q. 제약사들이 그렇게 환영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저희 사업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제약사들이 약물을) 더 많이 판매하게 해야 좋을 텐데 상품이 그 반대 방향으로 설계됐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7개 제약사와 파트너십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기존 안약 병에 저희 마이크로 용량 어댑터 기술을 직접 통합하는 방식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려 해요. 다만 안약은 용기에 작은 변화를 줄 때에도 식약처와 FDA에 다시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해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Q. 최대 고객은 제약사들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그러면 수익은 어디서 얻고 있나요?

미국에서는 세 가지 방식으로 수익을 얻습니다. 첫 번째는 D2C 방식이에요. 저희 홈페이지와 아마존닷컴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소매가 19.99달러)를 합니다. 두 번째는 B2B2C 방식입니다. 미국 50개 주 3000여 개 안과 병원에 도매로 판매(도매가 12.50달러)해 소비자들한테 도달케 합니다. 세 번째는 VBC(Value Based Care) 방식입니다. 보험사와 계약을 하는 거죠. 쉽게 설명하면, 나노드로퍼 사용으로 보험사가 절감하거나 이익을 본 비용 일부를 저희가 받는 겁니다.

Q. VBC 방식은 굉장히 생소합니다.

미국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모델입니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치유 결과*환자 만족도)/총 캐어 비용’이 되는데요, 분자는 키우고 분모는 줄일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상이에요. 보험사가 계약 병원들에 저희 제품을 사용·추천케 해 그 결과를 보고 저희한테 비용을 지불하는 거죠. 나노드로퍼 낱개 상품뿐만 아니라 사용 방법을 비롯해 눈 건강 관리 전반의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프로그램에는 교육용 동영상부터 전화 캐어 서비스 등 여러 가지가 포함돼 있어요.

Q. 지난해 12월에 한국에도 지사를 세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떤 수익 모델을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한국에서는 B2G 방식을 고려 중입니다. VBC의 변용 모델로 생각하고 있어요. 미국은 정부가 개별 보험사에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재정을 나눠주면 각 보험사가 각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인데, 한국은 이걸 보건복지부가 단일 체계로 운영 중이더라고요.

현재 안과학회 및 유수의 대형 병원들과 함께 함께 저희 나노드로퍼 프로그램 경제성 평가와 임상 데이터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들 내용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하면서 저희가 미국 보험사들에 했던 것처럼 제안서를 내려 해요. 저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보건복지부는 이만큼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재정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이죠.

Q. 짧은 시간임에도 한국 사업 진척 정도가 상당합니다.

한국 의료시장이 꽤 보수적인 걸로 들어서 상당한 각오를 하고 왔었는데 너무나 환영해 주셔서 놀랐습니다. 저희 사업 동기에 매력을 느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교포여서 잘 봐주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또 미국에 연수를 왔던 한국인 의사분들이랑 학회에서 뵌 제약사분들이 건너 건너 잘 말씀해 주신 덕분도 있겠고요.

KSGC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도 주효했습니다. 특히 KSGC가 지난해 9월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매칭해주신 한국인 인턴 박수진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진행이 어려웠을 거예요. 제가 한국어가 서툴러 한국인 관계자들과 대화가 어려웠는데 박수진 인턴이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박수진 인턴이 의대생이어서 어려운 의학 용어도 수월하게 통역했죠. 맞춤형으로 연결이 된 것 같습니다.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KSGC를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당시에 그 메일이 스팸함에 들어가 있어서 이후의 기회들을 놓칠 뻔했습니다. 그 메일을 발견한 게 정말 다행이었죠.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이란 거 자체가 그런 운이 좀 뒤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희의 한국 진출이 한국에도 기회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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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롯사이트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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