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의 기업들 | ③슬롯 꽁 머니]

슬롯 꽁 머니가 실험을 대신 하는 시대가 열렸다. 2024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 우승팀
슬롯 꽁 머니는 소재 연구 개발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쿠날 산딥 슬롯 꽁 머니 창업자. [사진=강태훈]
쿠날 산딥 슬롯 꽁 머니 창업자. [사진=강태훈]

슬롯 꽁 머니(Polymerize)는2024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글로벌 스타트업 경진 프로그램·이하 KSGC)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 2024 KSGC 경연에서 전 세계 114개국의 1716개 팀을 물리치고 왕좌에 올랐다.

슬롯 꽁 머니는 ‘클라우드 기반 물질 정보학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화학 및 소재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AI 플랫폼을 통해 돕는다.

기존 연구는 가설 → 검증 → 가설 보완·수정의 수많은 반복을 통해 이뤄졌다. 의도한 물성(物性)을 가진 소재 개발과 상용화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고 이는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됐다.

슬롯 꽁 머니는 이 과정에 AI를 도입함으로써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슬롯 꽁 머니 플랫폼은 35개의 독자적인 AI 모델을 사용해 시간과 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케 한다. 고객사는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95% 정확도로 대상 물성 및 레시피(원료 혼합 조성비 및 제조 기술 등을 포괄하는 개념)를 예측받을 수 있으며 필요한 실험 설계도 제공받을 수 있다.

슬롯 꽁 머니코리아가 판교테크노밸리스타트업캠퍼스에서 진행된 KSGC 스타트업 815 IR 글로벌 인바운드에 참여한 쿠날 산딥(Kunal Sandeep) 폴리머라이즈 창업자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슬롯 꽁 머니 플랫폼 화면 캡처. [사진=슬롯 꽁 머니]
슬롯 꽁 머니 플랫폼 화면 캡처. [사진=슬롯 꽁 머니]

Q. 슬롯 꽁 머니를 보면서 최근 제약업계 변화가 떠올랐습니다. AI가 임상시험을 대체해 신약 개발 기간을 앞당긴다든가 연구 설계 및 데이터 분석을 대신 하는 등 내용이 유사한 것 같습니다.

정확합니다. 제약 및 생물학에서의 슬롯 꽁 머니 지원을 저희는 소재 및 화학 분야에서 하고 있는 거예요. 새로운 소재 레시피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50~70%, 또 실험 분석에 걸리는 시간은 98%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 플랫폼은 실험별 옵티마이제이션(Optimization·주어진 조건 아래 최적 결과 도출)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자기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겠지’ 하고 실험을 설계해 그 결과를 받았어요. 그런데 슬롯 꽁 머니를 활용하면 제한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도 기존 연구자들이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실험 설계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소재 개발 실험에도 목표(강도, 점도, 밀도, 수익성 등)는 다수일 수 있는데, 저희 플랫폼은 이 다수 목표에 대한 옵티마이제이션도 가능하게 합니다. 제한된 조건 아래서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어느 포인트로 각 속성값을 조정하는 거죠.

Q.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가질 것 같습니다.

소재 연구와 개발엔 긴 흐름이 있습니다. 슬롯 꽁 머니 플랫폼은 이 작업 흐름은 물론 물성 요구사항 수집부터 최종 납품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관리·추적할 수 있도록 도와요.

이들 데이터는 각 구성원에게 공유되어 회사 내 다양한 R&D 조직 및 시설 간 사일로를 없애줍니다. 슬롯 꽁 머니가 협업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는 이야기죠. 기업들은 잠재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고객사 데이터로 학습한 AI 엔진은 타사는 물론 저희 쪽에서도 사용할 수 없도록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슬롯 꽁 머니는 AI 알고리즘만 제공하며, 고객사에서 학습된 데이터에는 따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Q. 업력은 짧지만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라 들었습니다. 주요 고객사를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슬롯 꽁 머니는 2020년 싱가포르에서 창업해 2022년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그간 80개 이상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검증을 받았죠. 현재 30개 이상 고객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유럽, 인도, 일본, 중국 등에 진출해 있습니다.

계약상 외부에 노출할 수 있는 고객사는 제한적입니다. 말씀드릴 수 있는 곳 가운데 규모가 큰 곳으로는 네슬레(Nestle)를 비롯해 막스웰(Maxell), 이톤(EATON), 스미토모 케미칼(Sumitomo Chemical), 도요잉크(ToyoInk)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대기업 세 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화학기업 두 곳이랑 패키징기업 한 곳인데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Q. ​​​​​​​지난해에는 한국 지사도 설립했습니다.

바로 직전까지는 일본에서 생활하며 현지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대해선 시장 정보가 없었고 따라서 불확실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링크드인에서 KSGC를 알게 됐습니다.

저희는 KSGC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한국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습니다. 다른 어떤 시장보다 훨씬 더 빠르고 역동적인 곳이란 걸 알게 됐죠. KSGC에서 한국시장 확장성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단히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저희가 파악하고 있기로, 한국은 약 1580억 달러 규모(2022년 기준)의 세계 5위 화학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디지털 전환과 슬롯 꽁 머니 기술 도입에 관심이 크고, 또 새로운 기술에 대한 높은 개방성으로 혁신적인 설루션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확인 후 저희는 좀 더 빠르게 한국사업을 확장하고자 현지 고용도 많이 했고, 고객사 유치에도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본사와 한국 지사 매출 비중은 1대 0.67이었다)

2024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에서 쿠날 산딥(오른쪽) 슬롯 꽁 머니 창업자가 대상 수상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슬롯 꽁 머니]
2024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에서 쿠날 산딥(오른쪽) 슬롯 꽁 머니 창업자가 대상 수상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슬롯 꽁 머니]

Q. 아직 미국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게 의아합니다.

아시아와 유럽시장에서 충분히 확장한 다음 2026년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면 훨씬 많은 자원이 필요해 조심스럽게 준비 중입니다.

이런 경향은 VC 트렌드와도 일치합니다. 최근 VC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좀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주면 몇 년 후에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겠다’는 접근 방식은 이 사업 모델에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아시아시장에서 성공사례를 단단하게 쌓은 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거예요.

Q. 시장 개척에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마켓 빌딩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큽니다. 비용이 선불로 지출돼야 한다는 점에서 저희 같은 스타트업에는 특히 부담이 되죠.

저희는 현재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시장 개척에 많은 비용을 지출 중이거든요. 추세적으로 보면 2026년에는 흑자전환할 것 같지만, 어쨌든 현재는 아니므로 자원을 사용하는 데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Q. 글로벌하게 B2B사업을 진행 중인데 국가별 시장 접근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모든 국가는 사업 환경이 매우 다르고 신규 진입자들에게 고유의 빅 챌린지(Big Challenge)를 부여합니다. 저희는 항상 비용 측면에서 제한을 받는 스타트업이고요. 그래서 신중한 접근 위주로 합니다.

가장 먼저 저희는 고객 후보사들의 니즈를 확인합니다. 저희의 설루션을 필요로 하는지 초기 지표들을 확인하죠. 낮게 매달린 과일을 찾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두 후보사를 찾으면 PoC(Proof of Concept·가치 증명) 단계에 진입한다든지 아니면 실제 계약으로 유도하는 등의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진출 초기 시장에서는 후보사들이 작은 관심만 보여도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죠. 그동안은 비교적 성공적인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Q. 지역별로 관심 소재에 차이가 나기도 하나요?

저희는 다양한 범주에서 급증하는 소재 수요를 모니터링 중인데, 실제 국가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유럽에서는 지속가능성, 생분해성, 순환성, 플라스틱 대체품 소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전기 자동차나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성능, 고기능성 소재에 관심이 크고요. 중국에서는 배터리 소재 관심도가 높습니다.

물론 어디서나 관심이 높은 소재도 있죠. 코팅이나 페인팅 관련 소재가 그렇습니다.

Q. ​​​​​​​각 시장의 개성이 뚜렷하고 진입장벽도 상당해 스타트업이 영위하기엔 사업 난도(難度)가 높은 것 같은데 순항 중입니다.

신중한 접근과 함께 이전 창업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2016년에 처음 창업을 경험해 봤어요. 보틀뷰 테크놀로지스(Bottleview Technologies)라는 기업이었죠. 2018년 두 번째 스타트업인 고벙크 테크놀로지스(GoBunc Technologies)를 창업했고,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중요한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타이밍과 아이디어, 실행 능력 등이죠. 또 제가 내린 모든 결정이 잠재적인 수익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한국시장 진출엔 KSGC가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현재는 저희가 한국 소재·화학 기업들의 R&D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요. 저희에 대한 한국 VC들의 투자와 또 저희의 한국시장 투자가 이 산업에 혁신 공간을 열고 관련 생태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슬롯 꽁 머니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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