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기존 양자점(quantum dots)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슬롯사이트랄 자성 양자점을 이용하여 제작한 뇌 모사 뉴로모픽 슬롯사이트롭스(ChiropS) 소자 모식도. 원형편광 방향성 및 다양한 파장을 이용하여 높은 집적도와 효과적인 에너지 절감을 구현했다. [사진=KAIST]](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4/47889_40973_911.png)
일부 특성을 동시에구현하기 어려웠던 기존 양자점(quantum dots) 기술의 한계를 국내 연구팀이 극복했다.
25일 KAIST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광학적 슬롯사이트랄성(방향성)과 자기적 성질을 동시에 갖춘 ‘슬롯사이트럴 자성 양자점(CFQD)’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사람 뇌처럼 빛으로 정보를 학습하고 전기로 지울 수 있는 인공지능(AI) 뉴로모픽 소자(ChiropS)까지 구현할 수 있었다.
기존 양자점 기술은 슬롯사이트랄성, 광학적 특성, 자기적 특성을 하나의 소재에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웠다.
이에 KAIST 연구팀은 은황화물(Ag2S) 기반 무기 나노입자에 슬롯사이트랄 유기물인 시스테인을 결합해 합성했다. 이 과정에서 원자 수준의 구조적 결함을 유도해 입자 자체에 슬롯사이트랄성과 함께 자성을 부여했다. 개발된 양자점은 빛의 빛의 전기장이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특성을 보였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좌원편광(LCP)과 우원편광(RCP)에 각각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빛의 파장뿐 아니라 편광 방향까지 구별해 다채널 정보 인식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 슬롯사이트럴 자성 양자점을 이용해 ‘슬롯사이트롭스(ChiropS)’라는 이름의 광 시냅스 트랜지스터 소자를 제작했다. 실리콘 기판 위에 양자점층과 유기 반도체 펜타신층을 쌓아 올린 구조물이다. 이 소자는 빛을 쪼이면 전류량이 점진적으로 변하며 정보를 저장하는 장기기억 강화(LTP) 특성을 보였다. 저장된 정보는 전기 신호를 가해 초기화할 수도 있었다. 빛으로 학습하고 전기로 지우는, 뇌 시냅스의 가소성을 모방한 것이다. 짧은 빛 펄스를 반복적으로 비추면 전류가 누적되며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멀티 레벨’ 상태 구현도 가능했다. 이는 AI 학습에 필요한 시냅스 가중치 조절이 가능함을 뜻한다.
동시에 연구팀은 2x3 배열 형태의 소자를 만들어 성능을 시연했다. 각 소자에 서로 다른 편광(LCP/RCP)과 파장(405/488/532 nm)의 빛을 조합해 비췄을 때, 6개의 소자가 각각 뚜렷하게 구분되는 전류 응답을 보였다. 이는 단일 칩에서 편광 3종 x 파장 3종, 총 9가지의 정보를 병렬로 감지하고 처리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기존 소자 대비 최소 9배 이상의 정보 처리량을 갖는 셈이다.
더 나아가 슬롯사이트롭스 소자는 입력된 빛 신호의 불필요한 부분을자체적으로 걸러내는 특징도 지녔다. 손글씨 이미지 데이터(MNIST)에 인위적으로 노이즈 데이터를추가한 뒤 소자에 입력하자, 잡음은 줄어들고 핵심적인 숫자 정보만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뉴로모픽 컴퓨팅 과정에서 불필요한 데이터 처리를 줄여, 기존시스템 대비 최대 30% 낮은 전력으로 AI 연산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슬롯사이트롭스 소자는 향후 고성능 AI 하드웨어를 더 작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염지현 교수는 "기존 양자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학적 슬롯사이트랄성과 자기적 스핀 특성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양자점을 설계했다"며 "단일 소자가 다중 편광과 다중 파장을 처리할 수 있고, 전기 신호로 초기화할 수 있는 기능까지 통합한 만큼 저전력·고정밀 AI 시스템 구현을 위한 혁신적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7일게재됐다.
/ 육지훈 기자 editor@pops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