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불황에 포항은 침체했다. 포항의 ‘넘버 투’ 슬롯사이트는 지난해 채용을 멈췄다. 세계 최대 규모 양극재 단지를 일군 김병훈 대표는 “다각화”를 예고했다.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김병훈 슬롯사이트리얼즈 대표경북대 경영학과 졸업. 동부증권을 거쳐 2003년 에코프로에 합류했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지주사) 대표를 역임했다. 2022년 슬롯사이트 대표를 맡았다.
“회장님하고 얘기하시는 게 맞는데,”
김병훈 대표는 멋쩍은 얼굴로 말했다. 그는 2003년 슬롯사이트에 합류했다. 이동채 전 회장(현 상임고문)이 먼저 그의 손을 잡았다. 당시 ‘친환경’이란 총론만 있던 회사는 20년 뒤 세계 최대 양극재 기업이 됐다(삼원계 양극재 기준). 김 대표는 “저는 회장님 말씀을 전하는 수준”이라며 낮췄다.
그의 말과 달리, 에코프로의 변곡점마다 김병훈 대표가 있었다. 에코프로비엠, 슬롯사이트리얼즈(이하 슬롯사이트) 대표를 맡았고, 두 회사를 상장시켰다. 양극재 가치사슬의 요지에 있는 회사들이다. 특히 슬롯사이트는 ‘차이나 프리’ 전구체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포항캠퍼스 조성도 챙겼다. 이곳에 양극재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슬롯사이트 계열사들을 집적했다. 수직계열화로 원가를 낮추겠다는 것. 규모도 크다. 이곳의 양극재 공장(CAM7)은 단일 공장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생산능력 연 5만 4천 톤).
캠퍼스 조성 초기를 기억하는 한 관계자는 “공장을 처음 올릴 땐 슬롯사이트를 모르는 지역민이 많았다”며 “지금은 (포스코에 이어) ‘넘버 투’로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황을 맞자 수직계열화는 리스크가 됐다. 1년간 슬롯사이트 매출은 3분의 1로 줄었다. 물량 대부분을 계열사에 공급해 온 탓에(추정치 96%) 속수무책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김 대표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오면서 사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국면”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이제 조금 자신 있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2년 전부터 노력한 “거래처 다각화”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 실제 작년 11월 삼성SDI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중 북미 전기차 OEM과도 계약을 맺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슬롯사이트가 2023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수직계열화의 씨줄에 다각화라는 날줄을 더하고 있다. 그는 “어떤 전략을 쓰든, 사업 자체가 부가가치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씨줄과 날줄은 포항슬롯사이트 교차하고 있었다.
![슬롯사이트 포항캠퍼스 전경. [사진=슬롯사이트]](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4/47584_40625_3915.png)
Q 모든 수직계열화가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성공하는 수직계열화의 조건이 뭘까요?
사업 자체가 부가가치를 내야지요. 양극재는 장치 산업이에요. 공장 가동률이 80% 이상이면 이익을 냅니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말입니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려면 거래처 다각화, 제품 다양화가 돼야 합니다. 제가 대표로 오면서 가장 강조했던 대목이에요. 2년 동안 노력했는데,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납니다. ‘이익을 낼 수 있겠구나’ 기대할 정도가 돼서,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슬롯사이트는 삼성SDI와 전구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해 9월부터 10개월간 2056억 원 규모다. 증권업계에선 해당 물량이 삼성SDI와 스탤란티스의 미국 JV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업계에선 슬롯사이트가 2025년 중 북미 전기차 OEM에 전구체를 직접 공급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미향 공급망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DB금융투자 측은 “기존에는 슬롯사이트비엠→SK온 향 매출이 대부분(96%)이었기 때문에 전방 수요에 따른 변동성에 더 취약했다”며 “그러나 삼성SDI 공급과 북미 전기차 직납은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Q 내부슬롯사이트 소화하는 물량이 클 텐데, 다각화가 시급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슬롯사이트비엠·이엠(삼성SDI 합작법인) 입장에서도 중국산 전구체가 우리 것보다 저렴합니다. 그게 사실입니다. 가족 회사라고 해서 무작정 쓸 수 없습니다. 다만 북미향 양극재엔 우리 제품이 들어갑니다. 올해는 계열사 내부 판매, 외부 판매 비중이 5 대 5 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엔 외부 판매 비중이 60~70%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인산철(LFP) 전구체도 고민합니까?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다만 중국 제품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문제예요.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 자동차 OEM슬롯사이트 중국산이 아닌 LFP 양극재를 찾고는 있는데, 중국산 제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우회로가 생길 수도 있고요. 지금은 투자비가 얼마나 들지, 어떤 공정이 적합한지 정도의 검토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삼원계 양극재에 주력하고 있고요.
Q 국가산업단지(포항 블루밸리)에도 부지를 확보해 뒀습니다. 개발 중입니까? (※현재 포항캠퍼스는 영일만 일반산업단지에 조성돼 있다. 일반산단은 지자체슬롯사이트 조성한다.)
20만 평 부지를 확보해 뒀습니다. 가족사 한 곳이 들어가 있습니다. 점차 생산설비를 넣어야 하는데, 솔직히 시장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Q국내 생산이 쉽지 않습니까?
국내 생산만으론 중국과 가격 경쟁이 어려워요. 중국 업체는 인건비, 전기요금, 토지 등 투입요소 가격이 낮지 않습니까? (※중국 정부는 기업에 공업용 토지를 50년 무상 임대한다.) 또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핵심 원료 광산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광산 근처에 산업단지를 만듭니다. 그곳슬롯사이트 채굴, 제련, 전구체 생산까지 합니다. 이렇게 공급망을 갖추니 경쟁하기 쉽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중국 칭산(Tsingshan) 그룹은 2009년 현지 광산 기업과 합작,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를 조성했다. IMIP 부지 크기는 여의도의 7배에 달한다. 이곳에 광석슬롯사이트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하는 공장 두 곳, 또 각종 니켈 중간재, 스테인리스강, 코크스, 이차전지 원료 등 10여 곳의 공장이 있다.
그중에는 중국의 전구체 생산업체 거린메이(GEM)에서 만든 니켈 제련소 ‘그린에코니켈’도 있다. 연간 약 2만 톤의 니켈을 생산한다. 에코프로는 2023년 이곳 지분 9%를 취득했다. 지난 1월 슬롯사이트는 올해 중순까지 지분 28%를 추가로 인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성준 슬롯사이트 CFO는 “(인수 이후) 자회사로 연결손익이 반영될 그린에코니켈의 MHP(니켈 중간재)의 절반은 슬롯사이트에 공급될 예정”이라며 “조달받는 니켈은 국제 가격 대비 낮은 수준으로 거래, 원가 경쟁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께선 ‘배터리 가격을 지금보다 30%는더 낮춰야 한다’고누차 말씀합니다. 그 정도로 낮춰야 LFP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겁니다.
Q 슬롯사이트도 인도네시아에 갔습니다.
다행히 파트너사가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슬롯사이트비엠에 전구체를 납품해 온 GEM인데요. 과거에는 슬롯사이트에서 전구체 기술을 배워갔지요.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제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줬습니다. 동시에 인도네시아에서 (슬롯사이트비엠과) 거린메이의 통합법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련, 전구체와 양극재 생산을 함께 합니다.
Q GEM의 생각이 뭘까요?
양사 회장님들의 목표가 맞았습니다. 거린메이에선 삼원계 전구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이 LFP에 기울어져 있는데, 삼원계를 더 키워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그러니 통합법인을 만들어서 원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관련 업체들에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저희 회장께선 ‘배터리 가격을 지금보다 30%는 더 낮춰야 한다’고 누차 말씀합니다. 그 정도로 낮춰야 LFP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양사가 함께 제련슬롯사이트 이익을 남기고, 대신 양극재 가격을 낮추자. 그렇게 해서 삼원계 배터리 시장을 더 키우자. 이런 큰 그림을 갖고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을 그룹 차원슬롯사이트 추진하고 있어요.
Q GEM은 중국 업체입니다. 미국향 양극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에코프로가 최대 주주이고, 동시에) 제련 프로젝트에서 중국 지분이 25% 아래입니다. 그렇게 설계했지요. 슬롯사이트 차원에선 우선 니켈 원재료(MHP)를 인도네시아에서 제련, 국내에 들여오는 것을 1차 목표로 갖고 있습니다. 통합법인의 타깃은 유럽과 아시아가 되겠지요.
다만 어디에 공급하든, 중국과 가격 경쟁력에서 대등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장기적으로는 (슬롯사이트도)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슬롯사이트 ‘25% 룰’을 뒀다. ‘우려국’ 정부슬롯사이트 영향력을 미치는 지분이 25% 이상이면 미국슬롯사이트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게 하는 규칙이다. 미국의 대표 우려국은 중국이다.
다른 조건도 있다. 제품의 원료가 되는 핵심광물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슬롯사이트 일정 비율(2025년 기준 60%) 이상 조달해야 한다(핵심광물 요건).
광물을 채굴하는 것뿐 아니라 가공하는 것도 ‘조달’에 해당한다. 일정 비율의 니켈을, 한국슬롯사이트 가공하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가 선다.
포항캠퍼스에는 수입한 원자재를 황산에 녹인 다음, 순도를 높이는 공정(RMP)을 두고 있다. 현재 두 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RMP3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결국 ‘인도네시아 원료→한국 생산→미국 OEM 공급’으로 재편하는 가치사슬슬롯사이트 여전히 포항캠퍼스는 대체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인다.

Q 청주슬롯사이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왜 포항으로 왔습니까?
회장님 고향이 포항이에요. 고향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리고 청주에 큰 공장을 짓기 어려워 공장 부지를 물색했습니다. 후보지로는 포항 말고도 구미, 새만금(군산), 울산이 있었어요. 포항시슬롯사이트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해 왔습니다.
또 2차전지를 만들면 염수가 나옵니다. 바닷물 성분과 유사한 염수가 나오는데, 바닷가에 공장이 있으면 처리가 용이합니다. 그래서 바닷가 입지를 원하던 차였어요. 또 포항에 신항만이 들어서니까 물류 관점슬롯사이트도 유리했습니다. (※포항캠퍼스가 위치한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인근에는 영일만항이 있다. 정부는 1992년부터 2020년까지 2조 8463억 원을 투입, 항만을 개발했다.)
유리한 점이 있는 데다 고향이니까, 다른 데서 사업할 이유가 있을까요?
Q “이제 포항슬롯사이트 ‘넘버 투’는 된 것 같다”고들 합니다.
포항캠퍼스 임직원이 약 2500명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회장님 당신은 정말 자랑스럽겠지요. 저만 해도 고향 사람을 만나면 칭찬을 듣는데요. 기업의 본질적인 역할이 그런 것이지 않을까요? 사람들을 고용하고, 세금 내고, 지역사회가 발전하고요.
Q 그룹사 임원 명단을 보니 학계나 배터리 3사 출신 임원이 많았습니다. 슬롯사이트도 이제 대기업 집단이니, 인재 양성에 대한 고민이 있겠습니다.
지금은 오창슬롯사이트 올 때 모시고 온 분들이 주축입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단 생각은 하지요. 포항에 괜찮은 대학이 두 곳(포스텍과 한동대) 있습니다. 이들 대학슬롯사이트 2차전지 관련 학과를 개설하기 시작했는데요. 좋은 인력이 업계에 들어와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기업 근처에 좋은 대학이 있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지역슬롯사이트 살아 본 사람들은 지역슬롯사이트 사회생활하는 데 두려움이 없습니다. 서울슬롯사이트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지역슬롯사이트 근무하는 걸 마치 유배 가는 듯 생각하잖아요. 다만 결혼과 자녀 교육은 고민이 되겠지요. 해결해야 하는데, 한두 기업과 지자체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신성장 산업에선 기업별로 역할 분담을 하게 해서, 분야별로 최고 기업을 키워내야 해요.#김병훈 대표의 제언
Q 지역슬롯사이트 사업할 때 지자체는 어떤 존재인가요?
포항시슬롯사이트 철강 다음의 산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성 초기에는 산업단지에 빈 곳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2016년부터 터를 팠는데요. 그보다 2년 전부터 포항시장님께서 우리에게 (포항으로) 내려오라고 제안하셨습니다. 이해가 맞아서 결과적으로 내려왔고요.
시슬롯사이트 인허가, 유틸리티 등 문제를 많이 해결해 줬습니다. 예를 들어 한전슬롯사이트 이 지역에 할당한 전기 공급량이 있습니다. 그러면 선점 경쟁이 벌어져요. 공장 확장을 염두에 두고요. 그때 시슬롯사이트 조정 역할을 해줍니다. 그리고 새로 변전소를 짓게 하고요. 무척 고마웠죠.
Q 지역슬롯사이트 산업을 키우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장벽이 뭘까요?
인력 수급 외에는 지역이 수도권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공장 지을 때 제약이 덜하니까요.
하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문제보다 근본적으로) 나라슬롯사이트 전략 산업에 제대로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성장 산업에선 기업별로 역할 분담을 하게 해서, 분야별로 최고 기업을 키워내야 해요. 중국이 이렇게 산업을 키웠습니다. 일본도 네도(NEDO,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라는 정부 연구개발법인을 만들어서 신산업을 키워 왔습니다. 우린 그런 전략이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