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온라인 슬롯 정책은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4/47645_40693_486.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친구든 적이든 가리지 않는 포괄적 관세를 발표했다. 역사적 사건이지만,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조치가 단지 협상용 카드’에 불과한 건지, 전 세계 무역 시스템을 교란하려는 심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더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측근들조차 이번 관세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퍼싱 스퀘어 CEO)은 지난해 여름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런데 최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런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로서의 신뢰도와 투자 매력을 훼손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비대칭 관세 협상을 해결하기 위한 90일간의 타임아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가와 재계 불안 고조
월가를 비롯한 증시 전반은 트럼프의 관세를 극도로 꺼린다. 기업들은 이미 충격에 빠져 투자를 중단하고, 고용을 멈추며, 공장 가동을 축소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통업계도 난감해하고 있다.
의회에서도 예측 가능한 반응이 쏟아진다. 민주당은 느닷없이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공화당 일부는 관세에 호응한다. 노조 대다수는 관세에 긍정적이지만, 일부는 회의적이다. 국민 여론도 분열된 가운데, 해외 지도자들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필자는 약 1300개의 기술기업을 대표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의 대표로서 최근 트럼프 관세에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너무도 자명한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세는 미국에 대한 대규모 세금 인상이며, 물가 상승과 고용 감소, 나아가 경기침체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해방의 날’은 사실상 세계적 무역전쟁과, 미국이 오랜 우방·무역 파트너와의 관계를 끊어내는 시작을 의미한다. 실제로 발표 이후 증시에서는 5조 60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상태다.
“공장 회귀” 구호 실현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한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그가 바라보는 미국은 과거 시점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최근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과 함께, 거대 공장을 미국에 유치해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이미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서 ‘공장 근로자’가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일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러트닉 장관도 인정하듯 “고도로 자동화된 공장”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현실적으로 모든 걸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고, 또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군사·안보 관련 품목(배·비행기 등)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들여와야 소비자 이익에 부합한다.
해법은 협상? 의회? 아니면 소송?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있을까.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시나리오는 “딜(Deal)”일 수 있다. 다른 국가가 관세를 낮추거나, 미국산 제품을 사거나,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양보를 통해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이나 다른 제조 강국이 미국 측에 협상을 제안한다면, 시장도 안도할 것이다. 전 세계가 관세를 일괄 낮추거나 심지어 철폐하는 ‘제로 관세’ 시나리오가 가장 낙관적이다.
둘째, 의회가 트럼프에게 부여한 관세 권한을 다시 회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기업의 불만이 커지고 2026년 중간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의회가 대통령의 관세 권한 제한을 모색할 가능성은 있다.
이미 일부 공화당 의원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초당적 상원의원들이 캐나다에 대한 경제 비상사태 명분을 공식 반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척 그래슬리, 마리아 캔트웰 등은 의회가 신설 관세를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시장이 계속 급락한다면, 더 많은 지도자가 공개적 반대를 표명할 것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력 있는 수사(修辭)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치닫고 국민 불만이 커지면, 트럼프는 “관세 수익으로 경기부양용 감세를 하겠다”는 논리를 펼칠 수도 있다. 물론 세제 개편에는 의회 승인도 필요하지만, 그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어휘를 바꿔 프레임을 구성하는 전략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지막 방법으론 소송이 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 근거로 사용한 법률은 “진정한 비상사태”를 전제로 하는데, 과연 이번이 그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이미 법원에 관세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소송은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무역과 경제가 큰 혼란을 겪을 위험이 크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해법들을 외면한다면, 전 세계는 경제적 대혼란을 야기할 무역전쟁으로 직행하게 된다. 미국이 정말 ‘해방’되길 바란다면, 일부라도 지도자들이 실질적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게리 샤피로(Gary Shapiro)는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의 CEO 겸 부이사장이며, 『Pivot or Die』를 비롯한 여러 저서의 저자다.
/ 글 Gary Shapiro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