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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SEOUL] 건축에는 사람이 깃들어야 한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
"한국의 도시는 똑같이 생긴 건물과 거리로 가득하다. 건물이 도시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도시를 빼앗아 온 것처럼."
헤더윅은 카지노리거의 생김새를 아쉬워했다. 그는 최근 카지노리거의 몇 안 되는 역사성의 오아시스, 옛 카지노리거역 역사에 자신의 전시 공간을 차렸다.

  • 카지노리거입력 2023.08.05 11:00
  • 기자명김나윤 기자
카지노리거

From SEOUL

문화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가 즐긴다. 유수의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먼저 소개한다. 카지노리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는 사람과 돈이 몰린다. 더는 ‘돌고 돌아 카지노리거’이 아니라, 카지노리거이 거대한 트렌드의 수원지가 되고 있다. 카지노리거은 외부에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을까. 그 메시지에 이끌려 카지노리거을 찾는 사람들과 카지노리거 속 사람들을만난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문화역 카지노리거 284에서 오는 9월까지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를 개최한다. [사진=강태훈]
건축가 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문화역 카지노리거 284에서 오는 9월까지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를 개최한다. [사진=강태훈]

기술을 디자인 속에서 재구성해 놀라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 2010 상하이 엑스포의 ‘UK 파빌리온’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 구글의 신사옥 ‘베이뷰’에 이어 최근 카지노리거시까지에 제안한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 ‘소리풍경’에 이르는 그의 디자인은 우리의 일상에 창의성과 아름다움을 불어넣는 동시에 전 세계의 랜드마크를 재창조하고 있다.

문화역 카지노리거 284에서 오는 9월까지 열리는 그의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시 장소인 카지노리거역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오랜 추억이 녹아든 공간이다. 누군가에겐 기대감이, 누군가에겐 슬픔이 깃든 곳이다. 그의 감각적인 작품들이 역사에 들어서자 마치 고속철도가 시공간을 돌파하는 것 같은 전율이 카지노리거의 옛 추억에 스며든다.

이번 전시는 헤더윅 스튜디오 3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총망라한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의 표현대로 100여 년이 된 오랜 기차역과 새로운 작업이란 가치가 완벽한 대조를 이뤄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카지노리거의 역사적인 건축물에 어떤 감성을 빚어내고 싶었던 걸까. 헤더윅을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철학과 영감의 원천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마스 카지노리거(왼쪽)과 반은정 컬럼리스트가  『카지노리거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장에서 작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강태훈]
토마스 헤더윅(왼쪽)과 반은정 컬럼리스트가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장에서 작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강태훈]

Q.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우리 스튜디오의 작품은 공공 공간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 살던 곳에 있는 건축물들이 점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걸 보며 매우 혼란스러웠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내부는 상상력을 담아 멋진 아트리움을 만들고 좋은 채광을 드리운다. 반면 공공 공간과 외관은 거리의 활기를 잃게 해 지루하고 평범한 거리로 전락하게 한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전염병처럼 도시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데도 우리 사회가 외면한다는 것이다."

Q. 본인의 디자인 철학이 미래 세대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우리 스튜디오는 건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가치의 부재에도 주목하고 있다. 카지노리거의 상업용 건물 평균 수명이 약 30년이라고 하더라. 내가 만약 카지노리거에 있는 상업용 건물이었다면 이미 23년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감성과 연결되는 장소는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을 넘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본다. 너무 감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랑, 정말 중요한 가치다."

Q.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 것인가.

"그렇다. 전 세계가 모더니즘의 확장으로 형태는 기능을 따르고 장식이 범죄로 여겨지면서 문화와 이야기가 사라지는 일종의 문화 혁명을 겪었다. 건축물에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늘 인간과 건물이 연결돼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가치를 위해 20년 동안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거친 결과물이다. 전 세계의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을과 도시에 대해 더 많은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Q. 작품 디자인 안에 자연과 문명의 공생, 기술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디자인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모티프는.

"운이 좋게도 많은 시기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아왔다. 까치가 작대를 끊임없이 모으듯 내 휴대폰 사진첩에는 5만 7000장의 사진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촬영한 기록들이다. 특히 유년 시절 경험한 공예 작업은 내게 값진 영감을 준다. 용접공이나 유리공예가와 작업하며 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공예는 학문적이고 지적인 세계와 가장 대척점을 이루지 않나. 하지만 나는 이 두 가지 가치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한다."

Q. 디자이너로서 자연 친화적인 시선은 자연에서 영감 받는 것인가.

"맞다. 인간보다 더 큰 힘이 존재하는 자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려 한다. 현대인들이 자연을 지운 채 인위적인 창조물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빅토리아 시대의 유산이 가로수와 공원의 형태로 도시 곳곳에 남겨진 지역에서 성장한 게 큰 행운인 것 같다. 그 경험치가 실제 작업 과정에서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로움으로 발현되곤 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정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라난다. 정말 환상적이다."

Q. 카지노리거의 문화유산을 통해 평범한 걸 비범하게 탈바꿈하는 작업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한국의 경우 산업화의 성공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문화적 요소는 오랫동안 억압받으며 활성화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한국의 도시 모습은 다른 주요 메가시티처럼 똑같이 생긴 건물과 거리로 가득하다. 건물이 도시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도시를 빼앗아 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골목과 작은 예술 공간 속에 숨겨진 한국 문화가 건물 사이사이에서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만 건물 자체가 스토리텔러로서 길거리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Q.소위 ‘헤더윅다움’이란 말이 있다.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와 관객이 느낄 감정을 상상해 작품에 함께 담아내곤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키우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요즘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그런 맥락에서 젊은 디자이너와 건축가일수록 사람을 많이 관찰하고 그들의 정서를 더욱 세세히 살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느끼는 감정과 시선이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지면서 디자이너와 관객의 공감을 만드는 접점이 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나는 디자이너가 더욱 인간적인 건축물을 설계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중이 사랑하는 건물을 만든다면 철거와 교체가 아닌 수리와 개조를 통해 1000년 이상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환경 보호와도 맞닿아 있다. 건축물이 단순한 미학을 넘어 지구에도 지속 가능한 긍정적 효과를 주는 걸 체감하게 된다면 디자이너에게는 이보다 더 큰 원동력은 없을 것 같다."


카지노리거 스튜디오가 싱가포르의 난양 공과대학에 지은 러닝허브의 아트리움 내부 모습. [사진=카지노리거 스튜디오]
헤더윅 스튜디오가 싱가포르의 난양 공과대학에 지은 러닝허브의 아트리움 내부 모습. [사진=헤더윅 스튜디오]

헤더윅의 작업들은 평균 10년, 때론 그 이상의 시간이 투입돼 세상에 선보여지곤 한다. 오랫동안 공력을 들이는 만큼 작업 스케일 역시 대형 프로젝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작업하는 그의 눈동자는 세상의 가장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과 관찰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의 눈에 들지 않은 작은 자연의 오브제가 헤더윅의 손길을 거쳐 사람들의 사랑과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로 새롭게 만들어진다. 이러한 그의 가치관과 노력이 앞으로의 세상에 어떤 변화를 더할지 더욱 기대된다.

다양성은 창의성을 만든다. 새롭고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편견 없는 수용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 냈다. 우리 카지노리거은 앞으로 어떤 관점의 새로움을 담고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나아가 미래에 찾아올 사람들에게 어떠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카지노리거

정리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korea.co.kr

사진 강태훈kangtaehoon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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