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4분기 성적표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 엔비디아에 HBM을 언제 납품하느냐가 관건인데, 젠슨 황은 “삼성이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년보다 나아지긴 했다. 다만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는 데엔 실패했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 원, 영업이익이 6조 5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65% 늘었고 영업이익은 130.5% 증가했다.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박수를 칠 만한 성적표는 아니다. 비교 대상인 2023년이 반도체 업황 부진이 최악으로 다다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였기 때문이다. 그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분기 매출 77조 4035억 원, 영업익은 7조 9705억 원이었는데 이를 하회했다. 이마저도 1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치가 꾸준히 우하향해 7조 원으로 낮아졌는데, 이 낮아진 눈높이마저 밑돌았다. 이대로라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 원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4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긴 했지만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R&D 비용 증가와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했다”면서 “비메모리 사업은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R&D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력인 메모리의 수익성은 스마트폰, PC 등 전방 IT 수요 침체 탓에 악화했고, 비메모리 부문은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또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달리, 미국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는 일이 늦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 HBM이 현재 테스트 중이며, 납품에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도 “삼성전자는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포춘코리아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