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한국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여성의 경제 참여는 오히려 퇴보했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과 비교해 4계단 더 하락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OECD 38개 국가의 15∼64세 여성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여성 고용률은 61.4%로 조사됐다. 이어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3.1%로 고용률, 경제활동 참가율 각각 31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문제는 20년간 국가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여성 고용률은 되레 퇴행했다는 점이다. 2003년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27위를 기록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하위권(26∼31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32위에서 1계단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2021년 기준 한국에서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56.2%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와 인구가 비슷한 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이상 국가를 뜻하는 '30-50클럽' 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30-50클럽 국가 중 여성 고용률이 70% 넘는 국가를 살펴보면 대부분 노사 간 유연한 근로환경과 국가 차원의 가족 돌봄 지원이 풍부했다. 독일, 일본, 영국과 같은 주요 선진국이 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주 단위로 법적 근무 시간을 규율해 일주일 당 최대 12시간을 넘어 일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일본, 영국은 월 단위 이상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가족 친화 정책 예산도 격차가 컸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2020년)로 독일(2.4%), 영국(2.3%), 일본(2.0%)의 3개국 평균인 2.2%보다 낮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 본부장은 "한국이 선진국처럼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를 가진 여성인력 일자리의 유지와 확대가 관건"이라며 "근로 시간 유연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해 더 많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