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지난해보다 둔화했다.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18로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첫 해인 2020년 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2년에 기록한 5.1%, 2023년 3.6%보다 확실히 둔화했다. 정부 전망치(2.6%)보다도 0.3%포인트 낮다.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정부 목표치인 2.0%보단 높다. 서민들의 지갑 사정과 밀접한 농산물의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도 언짢다. 올해 농산물 물가는 10.4% 올라 2010년(13.5%)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보다 9.8% 뛰었다. 역시 2010년(21.3%) 이후 최고치다.
연말 들어 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12월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올랐다. 올해 상반기 2~3%대를 기록하던 월별 물가상승률은 지난 9월(1.6%)부터 1%대로 내려앉았는데, 다시 2%대에 근접하고 있다. 석유류 가격이 1.0% 올라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게 문제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2025년 물가 전망도 변수가 많다. 원·달러 환율 연말 주간 거래 종가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만간 1500 원을 돌파할 거란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먹거리나 의류 산업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내년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관세 정책이 우리나라 물가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 지도 미지수다.
/ 포춘코리아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