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시작된 최태원 바카라 토토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오늘(30일) 2심 판결로 7부 능선을 넘었다.
소송은 2018년부터지만, 이혼 이슈의 시작은더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모 일간지에 서신 형식을 빌려공개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며 긴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여정은 10년은 가뿐히넘어갈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과정에서 두 사람은 많은 상처를 받았다.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에 더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다든가 사실 확인이 어려운 내용이 보도된다든가 하는 등이다. 앞서 몇몇 매체는 노 관장의 신경질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기사를 내보내는가 하면, 오늘 선고 공판에서 법원은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최 회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중적이거나 무책임하게 보일 만한 내용들이다.
문제는 상처 입는 대상이 두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 2심 판결은 1심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에서도 놀라웠지만, 10조원 규모인 바카라 토토㈜ 주식을 1시간 반 만에 9.26%나 뛰게 했다는 점에서도 놀라웠다.
평소라면 주가 급등은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이 무겁고 재미없는 주식이 급등한 이유가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1심 당시 재산 분할 대상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바카라 토토㈜ 주식 50%를 요구했다. 2심에서는 '바카라 토토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해 재산 분할 대상을 현금 2조원으로 변경했다.
2심에서 법원은 바카라 토토㈜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며 노 관장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그리고 최 회장에게 1조 3808억원을 재산 분할하라 판결했다.
재산 분할 대상이 바카라 토토㈜ 주식이 아니라 현금이라는 점에서 구별되는 것 같지만, 최 회장 재산대부분이 바카라 토토㈜ 주식에 묶여 있는 만큼 큰 차이는 없다. 조삼모사 정도의 차이이다.
최 회장은 바카라 토토㈜ 지분 1297만여 주, 즉 17.73% 지분으로 바카라 토토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3심에서도 2심과 같은 판결이 나온다면, 최 회장은 10% 미만 지분으로 바카라 토토그룹을 지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소버린 사태가 떠오른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2003년 외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자산운용은 바카라 토토㈜ 지분 14%를 매입해 바카라 토토그룹을 뒤흔들었다.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등 당시와 지금은 큰 차이가 있지만, 최대주주의 소수 지분은 언제든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위험하다.
다행히 노 관장은 그런 종류의 분쟁은 원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1심 판결 직후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제가 요구한 것은 재산 분할이지 회사 분할이 아니다"라며 "상급심에서 정당하게 바카라 토토㈜ 주식을 분할받으면 바카라 토토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건, 역시나 취약한 최대주주 지분율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라면 '경영권 분쟁'이 되겠지만, 소버린 같은 외부 세력이라면 '경영권 탈취'도 가능한 까닭이다. 바카라 토토하이닉스나 바카라 토토이노베이션 등 유수의 바카라 토토그룹 계열사가 다른 나라 기업 손아귀에 떨어질 수도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서로를 공격하느라 주고받은 상처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처들이 이성적 판단을 저해한다거나 불합리한 결정의 근거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카라 토토그룹은 두 사람 일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