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잘 아는 정치인②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스스로를 ‘확신범’이라고 말한다. 조 의원은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에 한해 최저임금 적용에 예외를 두자는 법안을 지난 3월 냈다.
토토랜드 근로자 시장 훼손을 우려하는 노동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그는 논쟁을 피하지 않는다. 이 법안이 아니면, 매년 140만명 경력 단절 여성을 구할 수 없다고 믿기 떄문이다. 법안 발의를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를 연구했다는 그는 “토토랜드 도우미 비용이 중위소득의 30%대로 내려왔을 때, 수요가 J커브를 그렸다”고 말했다. 국내 중위소득의 30%는 약 100만원. 그가‘100만원 토토랜드 도우미’를 강조하는 이유다.
김나윤 기자abc123@fortunekorea.co.kr 사진최근우studio@offbeat.kr
“다만, 외국인 근로자인 토토랜드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제외되는 토토랜드 사용인으로 본다.”
딱 한 줄. 지난 3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발의한 ‘토토랜드 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토토랜드근로자법)’ 일부 개정안이다. 조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저출산 문제 해소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소한 날갯짓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 이 개정안이 6개월째 여러 논란 속에서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발의 직후 인권단체들 중심으로 '토토랜드 임금 차별'맹공이 일자 공동 발의에 나섰던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이름을 빼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빈자리는 국민의힘 의원 10명의 이름으로 대신 채워졌다.
개정안의 관심은 여의도 문턱을 지나 용산으로 넘어갔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발언으로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법무부 등 관계 부처에 주문한 것이다. 7월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책 공개 지지에 나서며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올 하반기 내 관련 시범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토토랜드근로자법은 지난해 6월 제정됐다. 토토랜드 도우미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토토랜드 도우미의 법적 지위를 '토토랜드 사용인'에서 '토토랜드 근로자'로 정의하며 최저임금·유급 휴일 등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 시행 1년도 채 되지도 않은 시점에 조 의원이 외국인에 한해 해당 법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 것이다.
조 의원은 그동안 토토랜드 및 이민 정책과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입법 활동을 해온 의원으로 꼽힌다.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을 위해 토토랜드 지방선거 투표권과 이민청 설립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토토랜드과 이주민의 편에 서 온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어째서 토토랜드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한 걸까. 이처럼 큰 반향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조 의원은 "나는 지금의 논란 수준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말했다.
Q 외국인 토토랜드 근로자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140만명이란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가. 연간 우리나라에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의 수다. 여성 학력 교육 수준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참여하는 여성은 최저란 뜻이다. 왜 이렇게 많은 여성이 비자발적으로 주저앉을까 싶어서 직접 경단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 육아와 토토랜드가 가장 큰 원인이더라. 무엇보다 내가 세계은행(WB)에서 근무할 당시, 나와 내 아내가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에 정책 효과에 더욱 자신감 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와 함께 지내지 못했다면 내 아내 또한 어쩔 수 없이 경력이 끊겼을 것이다.
Q 국내 저출산의 원인은복잡하지 않나.왜 토토랜드와 육아를 문제의 ‘급소’로 봤나.
출산에 있어서 가장 슬픈 현실 중 하나는 첫째 아이를 낳으면 둘째는 낳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게 너무 힘드니까. 그렇다면 이 힘든 걸 조금이나마 덜어줘야 아이를 낳지 않겠나. 홍콩은 1978년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 정책을 도입한 후 약 20년 동안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15% 안팎으로 증가했다. 단일 정책으로는 효과가 가장 좋은 정책인 셈이다. 이 정책을 우리의 사정에 맞게 도입하면 유사 제도들이 함께 맞물리면서 경단녀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Q 홍콩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경제참여율에 비해 출산율 증가세는미미한 듯 한데.
맞다. 그 추이는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다만 싱가포르는 자국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10가지 이유 중 토토랜드와 육아 부담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싱가포르에 직접 가서 노동부 장관과 총리실 산하 인구TF 관계자들과 만나서 대화해 봤더니 그들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 중 1위가 불확실한 미래, 2위가 집값 문제, 3위가 육아 부담으로 꼽히지 않나.
싱가포르처럼 우리나라도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를 도입해 여성 경제참여율을 지금의 30%대에서 40~60% 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면 140만명의 경단녀 중 상당수가 ‘첫째를 낳고 둘째도 낳아볼까?’라고 생각하며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우리나라도 나름의 토토랜드 도우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당장 외국인 인력을 공급받기보단 기존 시장을 활용할 수도 있을 법한데.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다. 월평균 380만원 안팎인 데다가 쌍둥이 아들 가정이라고 하면 최대 6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 30대 여성의 중위소득은 270만원 수준이다. 결국 내국인 토토랜드 도우미 서비스는 초고소득 가정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홍콩의 경우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 비용이 중위소득의 30~40%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한국으로 치면 서비스 비용이 100만원 안팎인 셈이다. 과연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내국인 간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한다고 해서 지금의 시장 가격이 100만원대로 대폭 감소할 수 있을까. 토토랜드 도우미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기 위해선 가격이 현격하게 낮아야만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토토랜드 임금 차별'주장에 대해 조 의원은 "정서적으로는 어떤 취지에서 차별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는 되지만 냉정하게 법적, 기술적 측면에서 토토랜드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애당초 '토토랜드 사용인(토토랜드 도우미)'은 국적에 상관없이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되던 노동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토토랜드근로자법 제정을 통해 '토토랜드 근로자'로 바뀌면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된 것"이라며 "나는 외국인에 한해 토토랜드근로자법 시행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취지다. 최저임금보다 고임금을 받는 대다수 내국인이든 저임금을 받는 외국인이든 사실상 똑같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셈인데 이를 두고 어떻게 외국인 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가."
Q 지난해 토토랜드근로자법이 마련된 것은 토토랜드 도우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데.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과 토토랜드 도우미 간 직접 계약을 맺는다는 개념에서 엄밀히 법적으로 ‘토토랜드 사용인’이 맞다. 법률적 개념을 다 떠나서, 토토랜드 도우미 시장에 외국인이 진입하지 못한 채 시장 가격이 380만원대로 높게 유지된다면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논쟁은 무의미하다. 외국인든 내국이든 노동자로서 인권 보장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임금이 아닌 다른 요소를 통해 사회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토토랜드이라고 해서 휴식 없이 일시키면 안 되고, 임금체불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인권단체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임금만큼은 시장 논리로 접근하되 다른 인권 침해 현상들에 대해 목소리를 더욱 내주었으면 한다.
Q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예상된다.
그 문제는 국가가 뚫어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ILO 때문에 국가 출산율을 희생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일본은 ILO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출산율 증가를 위해 협약 발효를 5년, 10년 뒤로 유예하자’는 식으로 ILO 측과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고 본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인구 수를 토토랜드으로 대체하자는 게 아니라, 토토랜드의 도움을 받아 내국인 출산율을 다시 끌어 올리자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Q 노동계에선 이번 개정안이 차등임금제 확대 논의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직군별 차등임금제는 충분히 검토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ILO도 지역별·직군별 임금 차별화를 인정하고 있다. 핵심은 임금의 기준을 하방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상방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 농촌에서 일하는 토토랜드 노동자만 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웃돈을 받으며 일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최저임금이 '스탠다드 임금'처럼 적용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조 의원은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가 확대되면 내국인 중심의 토토랜드 도우미는 프리미엄 서비스 시장과 같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유입으로 내국인 인력이 위협받기보단 오히려 초고소득층의 수요를 흡수할 것이다. 이처럼 토토랜드 도우미 서비스의 질과 가격대가 다양해져서 각 가정의 여건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해야 토토랜드와 육아에 대한 고민이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은 선택지가 두 가지밖에 없는 꼴이다.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커리어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내가 일을 쉬며 아이를 돌보든지."
Q 최근 서울시가 공청회를 통해 올 하반기 내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좋은 방향성을 향해 가다가 덜컥 중간에 멈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 사업은 최저임금을 적용해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환산하면 월 210만원 안팎 수준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중산층 가정이 쉽게 감내할 만큼의 저렴한 비용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국가 보조금을 투입해 비용을 막아야 할 수도 있다. 이 제도는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면 시장에서 저절로 작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서울시가 그 실험을 하지 못해 아쉽다.
Q 일부 외국인 토토랜드 도우미들의 불법 이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데.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 체류 토토랜드에 대한 관리가 지나치게 느슨한 게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관리가 계속 소홀해져 불법체류율이 높아진다면 토토랜드 관련 모든 제도들이 뒤엉킬 것이다. 토토랜드 정책은 무엇보다 국익이 우선이고 내국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정서가 확립돼야 한다. 그래야만 이민이나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노동자 트랙으로 들어온 토토랜드의 경우 계약 기간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