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TRACK] 토토 도박수수료 개편

지난해 11월 '토토 도박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어렵사리 수수료율을 낮춘 내용을 담은 상생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토토 도박업계 1위인 토토 도박의민족은 2월부터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적용한다. 하지만 '상생안의 결과'라고 하기엔 업계 안팎의 시선이 냉담하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배달의민족이 2월 26일부터 3년 동안 가게 점주를 대상으로 차등 수수료 정책을 새롭게 시행한다. 기존 9.8% 단일 수수료 대신에, 앞으로는 배달 매출 규모에 따라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달리 적용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12차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합의안의 후속 조치로,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4개사 배달플랫폼(토토 도박,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중 선제적으로 수수료 개선안을 적용한 사례다.

토토 도박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월 차등 수수료 방안을 공개하면서 "상생협의체 목표인 입점업체 분들과 동반성장 도모라는 목적에 부합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뒤이어 쿠팡이츠는 오는 4월부터 합의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수수료를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로운 차등 수수료안을 놓고 업계 안팎에선 갈등의 불씨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토토 도박이 차등 수수료의 전제 조건으로 자체 고용한 라이더와의 '직거래'를 내걸자, 타 배달 대행업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매출 규모에 따라 배달 운영비 부담이 달라질 거란 소식에 상대적으로 매출액이 높은 프랜차이즈 가맹 점주와 영세 점주 간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토토 도박 라이더 안 쓰면 제외"… 일감몰아주기 논란

토토 도박의민족 앱 검색창에 '치킨'을 검색한 결과, 자체 배달 서비스 '배달배민(왼쪽)'이 주로 상단에 배치된 모습. 이와 반대로 점주가 임의로 배달대행을 지정하는 '가게배달(오른쪽)'은 대부분 하단에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 앱 검색창에 '치킨'을 검색한 결과, 자체 배달 서비스 '배달토토 도박(왼쪽)'이 주로 상단에 배치된 모습. 이와 반대로 점주가 임의로 배달대행을 지정하는 '가게배달(오른쪽)'은 대부분 하단에서 나타났다.

점주가 토토 도박의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적용받기 위해선 '지켜야 할'기본 수칙이 있다. 토토 도박이 자체 고용한 라이더 서비스 '토토 도박배달(옛 토토 도박1플러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토토 도박배달은 고객의 주문 접수부터 배달까지 토토 도박이 일제히 관리하는 시스만 가게배달은 하단에 배치돼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로 임금 체불 사태를 겪고 있는 배달대행업체 '만나플러스'소속의 한 라이더는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배달주문이 다소 줄어들었다고는 하더라도 월급을 정산받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최근 토토 도박이 점주뿐 아니라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배달 쿠폰을 미끼로 자체 배달을 늘리면서 토토 도박 내 대행업체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토토 도박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마에도 오른 바 있다.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배달의민족 앱을 보면 자회사 배달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화면을 구성해 놨다”며 "토토 도박과 가맹하지 않는 배달 기사들은 일감을 못 받는다는 얘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토토 도박이 자사 계약 라이더에게 작업을 몰아주고 있다"면서 "지역 배달업체를 고사시키려는 작전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프랜차이즈 점주 “평균 객단가 못맞추면 오히려 손해”

토토 도박

이번 토토 도박 수수료 개편안의 가장 큰 변화는 매출에 따른 차등적용이다. 쉽게 말해 가게가 많이 벌면, 그만큼 비용 부담도 많이 져야 하는 구조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토토 도박배달을 이용한 점주 중 매출액 상위 35% 업체는 수수료 7.8%와 배달비 2400~3400원을 적용한다. 매출액 35~80%까지의 업체는 수수료 6.8%, 배달비 1900~3100원이, 하위 20%는 가장 낮은 수수료 2%와 배달비 1900~2900원이 책정된다. 기존 중개 수수료 9.8%, 배달비 1900~2900원과 비교했을 때 최고 수수료율은 2%P 낮아지지만 배달비 부담은 최대 500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매출액 상위 35%에 속하는 점주는 BBQ 치킨, bhc치킨 교촌치킨 등 대형 치킨 브랜드와 맥도날드, 버거킹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가 포함돼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평균 주문 객단가인 2만 5000원보다 더 높은 주문을 받으면 비용 부담이 다소 줄어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중개 수수료와 토토 도박 비용이 더 가중된다.

이 때문에 지난 마지막 12차 토토 도박협의체 회의에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14년째 이끄는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합의할 수 없다’며 논의 도중 퇴장해 버리비기도 했다.

가맹점주 측은 "이번 상생안 수수료는 토토 도박의 수수료 인상(9.8%) 직전인 6.8%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부담이 높아졌고 배달비도 늘어났다"며 "카드 수수료와 마찬가지로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하위 65% 점주 상황은 다소 다르다. 매출액 상위 35∼50% 구간과 상위 50∼80% 구간에 속하는 점주 약 9만 명은 평균 주문 객단가를 받을 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지금보다 각각 건당 550원, 750의 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위 20%는 현재보다 건당 1950원을 덜 낼 수도 있다.

평균 주문 객단가보다 낮은 주문 금액을 받더라도 비용 부담 폭이 줄어들 뿐 기존보다 많게는 1000원대에서 적게는 250원가량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토토 도박배달을 이용하는 전체 점주 중 매출 하위 65% 구간에 속하는 업주 수의 비중도 높은 편"이라며 "대체로 많은 업주가 이번 수수료 개편안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토토 도박수수료 상생안, 결국 승자는 플랫폼

지난해 11월 14일 토토 도박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제12차 회의를 끝으로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14일 토토 도박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제12차 회의를 끝으로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배달 매출액 하위 업주가 정말로 '영세 소상공인'이냐를 두고 또 다른 갈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최근 3개월 토토 도박배달 매출액이 하위 20%에 속한다고 해서 해당 점포의 총매출이 적은 게 아니란 뜻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배달 매출 상위 35%인 업체는 오히려 배달만 전문으로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할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테면 프랜차이즈 브랜드일지라도 치킨, 햄버거, 떡볶이는 토토 도박 비중이 크지만, 커피, 베이커리, 고깃집 등은 상대적으로 토토 도박 매출이 낮은 편에 속한다. 때때로 토토 도박 전문 점포가 토토 도박이 적은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총매출이 적은 영세 사업장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이정희 토토 도박협의체 위원장은 최종 토토 도박합의안을 발표하면서 "입점업체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논의가 더 지체될 경우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플랫폼의 합의안을 받아들였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업계 입장에선 이번 수수료 개편을 두고 "플랫폼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합의안의 최고 수수료율인 7.8%는 지난해 8월 토토 도박이 수수료율을 9.8%로 기습 인상하기 직전(6.8%)보다 결과적으로 높다. 당시 토토 도박은 수수료율을 인상하면서 배달비는 최대 2900원(서울)으로 300원 낮췄지만, 개편안에선 되레 500원 더 올라 최대 3400원에 이르렀다. 쿠팡이츠 역시 수수료율 자체는 2%P 낮았지만 배달비 500원을 더 챙기게 됐다.

배달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토토 도박과 쿠팡이츠가 엄청나게 양보한 것처럼 수수료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정확하게는 토토 도박과 쿠팡이츠가 가져가는 몫이 줄어든 것뿐이지, 플랫폼이 불이익을 감수한 게 아니다"라며 "지난해 8월 수수료 기습 인상직전과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결국 플랫폼이 승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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