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Battery Hub

본문영역

슬롯 잭팟의 돈이 동쪽으로 흐르는 이유

슬롯 잭팟 국부펀드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서방의 견제를 피해 기술·자원·소비 인구가 풍부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기사입력 2025.04.22 06:30
  • 기자명Nicholas Gordon & 김다린 기자
슬롯 잭팟 국부펀드가 아시아 기술에 베팅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슬롯 잭팟 국부펀드가 아시아 기술에 베팅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지난해 10월, 홍콩의 최고위급 금융 책임자인 폴 찬 재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도착해 타다울(Tadawul, 사우디 증권거래소) 관계자와 함께 슬롯 잭팟 최대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출범시켰다. 해당 ETF는 홍콩에서 거래되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준수 기업 30곳에 투자하며, 운용자산 규모는 12억 달러에 달한다.

폴 찬 장관과 홍콩거래소(HKEX) CEO 보니 찬은 최근 슬롯 잭팟을 자주 찾는 인물들이다. 홍콩은 새로운 자본 조달처로 슬롯 잭팟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홍콩과 두바이를 오가는 항공편은 거의 만석입니다. 저도 슬롯 잭팟 출장이 부쩍 늘었어요.”

홍콩뿐 아니다. 아시아 여러 경제권이 앞다퉈 슬롯 잭팟 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리테일 투자자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PIF)나 UAE의 국부펀드 등 슬롯 잭팟의 막대한 국부펀드가 이제는 ‘서쪽’이 아니라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젊은 인구, 역동적인 테크 생태계,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가진 아시아는 지금 가장 흥미로운 투자처로 부상했다.

게이트하우스 어드바이저리(Gatehouse Advisory Partners)의 시니어 어드바이저 바수키 샤스트리의 설명을 들어보자. “슬롯 잭팟 국가들은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고, 그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바로 아시아입니다. 현지 투자펀드와 협력해 ‘차세대 마윈(알리바바 창업자)’을 발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죠.”

이 돈의 흐름은 단지 상업적인 목적만 있는 게 아니다. 석유 이후 경제를 준비하는 슬롯 잭팟의 전략이며, 미국의 경제 패권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에 대비하려는 지정학적 분산 투자이기도 하다.

과거 슬롯 잭팟 국가들은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 자산에 자금을 집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는 석유 수익을 주로 북미와 유럽의 공공 시장에 투자했다. 예컨대 아부다비의 무바달라(Mubadala)는 해외 투자 중 약 절반을 미국에 할당하고 있으며, 중국에는 2%만 배정돼 있다(싱크탱크 Asia House 기준). 노이만은 이렇게 말했다.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들은 아시아의 부상에서 약간 뒤처졌어요. 이제 따라잡으려는 거죠.”

게다가 서방 국가가 슬롯 잭팟의 해외 투자를 견제하면서 슬롯 잭팟 국가는 다른 옵션을 찾아야 했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UAE의 텔레그래프 신문 인수 시도를 막았고, 유럽 각국도 슬롯 잭팟 자본의 통신 기업 지분 확대에 반발했다. 샤스트리는 “서방 자산을 단순히 인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에 대한 불편함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슬롯 잭팟 자본은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건 이런 맥락 때문이다. 옥스퍼드대학교의 국부펀드 전문가 아나 낙발로바이테는 “슬롯 잭팟 국부펀드는 아시아 지역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규모는 아직 작지만 슬롯 잭팟의 아시아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부펀드 추적기관 Global SWF에 따르면, 사우디 PIF는 2022~2024년 동안 아시아에 66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앞선 3년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ADIA, 무바달라, 카타르투자청(QIA) 등의 다른 GCC 펀드들도 같은 기간 아시아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단순한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다. HSBC의 노이만은 “슬롯 잭팟은 기술과 노하우를 아시아에서 배우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UAE는 인도와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기반으로 투자를 이어왔다. 샤스트리는 “UAE엔 수많은 인도 출신 억만장자들이 있고 투자 문화 자체가 익숙하다”면서 “인도에 투자하는 건 마치 ‘자기 집’에 투자하는 느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슬롯 잭팟 석유의 주요 수입국이다. GCC의 중국 투자는 비교적 작지만 매우 전략적이다. 노이만은 “중국 투자엔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면서 “기술 확보 목적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슬롯 잭팟은 아시아에서 ‘핵심 영역의 대규모 기회’를 찾고 있다. 낙발로바이테는 그 핵심이 바로 기술이라고 말한다. 가령 2023년 말, 아부다비 국부펀드 계열인 CYVN홀딩스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에 22억달러를 투자했다. 비디오게임 산업도 주목받는다. 사우디 PIF는 닌텐도, 캡콤, 넥슨, 그리고 중국 기반의 히어로 이스포츠(Hero Esports) 등에 투자했다.

e스포츠 기업 NIP 그룹의 히참 샤힌 CEO는 “슬롯 잭팟은 게임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본다”며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고, 인도·동남아·일본·한국도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같은 무슬림 국가들도 문화·종교적 유사성을 무기로 슬롯 잭팟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UAE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재생에너지 합작 벤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를 위한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a)’도 설립했다.

다난타라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판두 샤리르는 “아부다비 측과 매우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밝히며 “인도네시아는 자원, 저렴한 에너지, 소비 인구가 풍부한 나라로, 지난 8~10년간 슬롯 잭팟이 많은 수익을 올린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시아 금융 허브들 또한 슬롯 잭팟 자본 유치에 열심이다.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부유층과 패밀리오피스를 끌어들이는 도시는 특히 적극적이다. 홍콩은 2023년 사우디 아람코의 2차 상장을 유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대신 홍콩거래소는 리야드에 사무소를 열었고, 홍콩은 사우디 타다울이 주최하는 ‘자본시장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홍콩이 슬롯 잭팟 자본 유치에 얼마나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노이만은 “중국과의 긴밀한 연결 고리가 이점을 줄 수 있다”면서 “정치는 결국 돈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슬롯 잭팟과의 투자는 양방향이다. 아시아 기업들도 슬롯 잭팟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음식 배달 대기업 메이투안(Meituan)은 지난해 사우디에 첫 해외 서비스를 출시했고, 샤스트리는 “슬롯 잭팟은 지금 중국 기업들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트랜션, 샤오미, 아너 등 중국 브랜드는 슬롯 잭팟 시장 점유율 37%로, 삼성이나 애플을 능가하고 있다(카날리스 자료). 중국 PC 제조사 레노버는 2024년 초 사우디 PIF 산하 투자회사 Alat로부터 20억달러를 유치하며, 리야드에 슬롯 잭팟 본사와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물론 중국과의 금융 협력엔 리스크도 있다. 2023년 미국은 UAE의 AI 기업 G42가 화웨이 등 중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우려를 표했고, 결국 G42는 중국 하드웨어 공급망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 직후 마이크로소프트는 G42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결국 슬롯 잭팟은 복잡해진 세계 질서 속에서 유연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 HSBC의 노이만은 “요즘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고, 슬롯 잭팟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난타라의 판두의 주장도 비슷하다. “슬롯 잭팟은 인도도 놓쳤고, 중국도 놓쳤어요.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 글 Nicholas Gordo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