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슬롯사이트 심상찮은 침묵
슬롯사이트이 1분기 광고·클라우드 호실적으로 월가를 놀라게 했지만 정작 트럼프발 관세 충격 이후의 사업 상황을 두고는 침묵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데도 슬롯사이트은 아직 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한 듯하다. 적어도 지난 3월 31일까지는 말이다.
슬롯사이트은 25일(현지 시간) 2024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광고와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에 힘입은 호실적을 공개했다.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최대 5% 상승했다. 다만 이번 실적은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기 직전까지의 성과다.
문제는 현재 슬롯사이트이 어떤 사업 환경에 놓여 있는 지다. 슬롯사이트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의 경영진은 철저한 함구로 일관했다.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경영진은 현재 분기(2분기)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필립 신들러(Philipp Schindler)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금 언급하기엔 너무 이르다”면서 “우리도 거시경제의 영향을 피할 순 없지만, 그 영향에 대해 예측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공개된 정보는, 중국 셰인(Shein)이나 티무(Temu) 등 소매업체들이 활용하던 면세 운송 규정(de-minimis)의 폐지로 인해 슬롯사이트 2025년 아시아 광고 수익에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뿐이었다.
광고와 규제 불확실성에 휘둘리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은 이날 슬롯사이트 실적과 발표 내용에 환호했다. 알파벳은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2.81달러로 월가 예상치(2.01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매출도 902억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892억 달러)를 상회했다. 금융, 보험, 헬스케어, 유통 업종 광고 수요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혔다.
유튜브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89억 달러를 기록했고, 클라우드 사업도 28% 성장하며 123억 달러에 달했다.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 CEO는 “검색 서비스에 AI 오버뷰 기능을 탑재해 월간 15억 명이 활용 중”이라며 AI 부문의 성과를 강조했다. 슬롯사이트은 올해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에 7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기존 계획도 재확인했다. AI 사업을 둘러싼 낙관적 전망도 유지했다.
다만 위기는 여전하다. 알파벳은 올해 들어 주가가 나스닥과 S&P 500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고, 대선 정국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세는 광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생성형 AI 모델의 부상은 슬롯사이트 검색의 지배력을 흔들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콜에선 정부 소송이나 규제 리스크를 둘러싼 언급은 일절 없었다. 대신 유튜브 구독 사업, 자율주행차 웨이모(Waymo) 등 제품군의 성장을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실적 가이던스를 상세히 제시하지 않는 알파벳의 관행은 이런 민감한 질문을 피해가는 데 방패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하는 광고 시장의 향방은 슬롯사이트 향후 실적에 결정적이다. 경기 침체가 닥칠 경우 가장 먼저 삭감되는 비용이 광고비이기 때문이다.
만약 4월부터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면 슬롯사이트이 이를 숨기긴 어려웠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침묵이야말로 긍정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들러는 4월 이후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슬롯사이트은 경제 불확실성을 헤쳐 나간 경험이 많다”며 검색 광고의 상대적 회복 탄력성을 언급했다.
/ 글 Alexei Oreskovic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